세상의 무수한 대상들!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 대상과 관계맺기. 대상과의 직설화법은 사람들이나 가능하다. 그들의 몸짓과 표정이 아무리 은유적 표현이라 할지라도 직설적으로 들려온다. 다른 대상과의 형평성을 고려한다면 더욱 그렇다. 엷은 미소 하나로도 전부는 아니더라도 알아차리고 답을 주는 소통의 방식이다. 사물이라고 부르는 대상은 어떤 방법으로 소통하여야 하는가? 그건 바로 감정이입이다.

탄자니아를 여행 중이었다. 언덕 위에서 차가 멈추는 걸 보고는 한걸음에 뛰어왔다. 어디선가 다가온 아이들은 눈빛 자체만으로도 우리를 사로 잡았다. 몸짓이나 눈빛을 포함한 표정이 강력했다. 구경이든 제안이든 뭐 할 거 없이 와 닿았다. 이런 대상에게로 다가가는 건 감정이입이 아니어도 관계를 맺는다고 말하지 않아도 성큼 그 목적달성이다. 껑쭝껑쭝 동물들을 말하는 의태어가 그들에게 비유된다면, 큰 눈망울로 바라보는데 때로는 사슴의 눈빛일 수도 동그란 눈동자를 가진 동물이 떠오르기도 한다. 그 모습 속에서 의미를 부여한다는 건 얼마만큼 객관적인가? 사실일까? 아니다. 그럴 필요없다. 주관적으로 바라보고 음미하면 된다. 그것이 진정한 의미부여이다.

두장의 사진은 앙코르 와트의 사원내부이다. 시간의 흔적 속에 어떤 궤적이 보이는 듯하다. 흔적과 궤적, 시각과 시간의 원리와 같다. 딱 그 시점인지 아니면 장시간 동안 쌓인 의미인지. 자연이 헐어낸 모습과 인위적 행위를 추측하게 한다. 불상의 모습이 그려진 벽면에 흘러내린 퇴색된 질감은 삶의 무상을 떠올리게 한다. 불상의 머리가 잘려나간 사건에서 'why?'를 묻는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역사의 발자취를 찾아 나선다. 신전으로 건설된 곳이 단절이나 시간의 축척 속에서 무력하게 허물어진 모습을 바라본다. 시선보다 더 강한 느낌이 자리를 잡는다. 감정은 길을 떠나 상대에게로 다가선다. 감정이입이란 언어로 포장되어 대상과 동일시된다. 감정이입이란 수단을 활용한다면 무엇과도 대화가 가능하다. 안 그런가?

감정이입은 대상에게 말걸기다. 하나되기다.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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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씨엠립(Siem Reap)이다. 즐거운 여행, 맨날 구경하고 먹다보미안한 생각이 든다. 그래서일까 카메라를 들고 마을을 찾았다. 마을 사람들에게 사진을 찍어 프린트를 해줄 생각이었다. 이번에는 아이들을 찍어주었다. 검게 그을린 아이들, 그리고 까만 눈동자가 마음을 끌었다. 나르듯 뛰어다니고, 소리지르고, 웃는다. 초면인 우리에게 기대거나 손을 잡는다. 친근하게 다가온 아이들의 눈빛은 엷은 듯 강렬했다.

한 아이가 자신이 나온 사진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런 사진은 처음이란다. 거울이 아닌 사진으로 <나를 만나는> 장면이다. 훗날 이 사진이 아이에게 어떤 의미일까? 그건 지금 중요하지 않다. 아이가 자신을 만나고 있는 현재가 중요하다. 연필과 노트는 아랑곳 하지 않고 자신의 사진을 한동안 매만지고 있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무엇이 치밀었다.

한 아이가 카메라를 든 이방인을 지켜보고 있었다. 우기때면 지금 아이가 서 있는 바로 밑까지 물이 찬단다. 봉사활동을 목적으로한 여행은 아니지만 짬을 내어 아이들을 만나러 갔다. 사진을 찍을 장소를 물색하다가 짓고 있던 교회를 발견했다. 행운이었다. 문틈사이로 들어오는 빛을 이용하여 아이들을 찍었다. 고학년 언니들이 아이들을 줄을 세우고 포즈까지 가르쳐 주고 있었다. 렌즈 속으로 들어온 아이들의 눈빛을 잊을 수가 없다. 어색한, 미소 짓는, 재미난, 장난스러운 등 다양한 단어들이 아이들의 표정 속에 담겨 있었다.

호기심 천국이다. 아이들이 몰려들었다. 사진을 인화하여 끈으로 매달아 전시했다. 아이들은 전시보다 인화되는 과정을 더 궁금해 했다. 음영만 보이는 사진으로 누구일지 맞추고 있었다. 그 주인공의 이름을 불러 주었다. 사진을 받아 든 아이에게서 환한 미소가 피어 올랐다. 인화된 사진을 받아든 아이들은 상이라도 받은 듯 당당해 보였다. 아이들아, 더 멋진 삶을 살거라. 이 사진은 어렸을 적 누군가가 찍어준 것이라고만 기억하렴. 세상은 생각하는 것보다 더 아름답단다.

갑자기 비가 내리치자 한 아이가 반사판으로 비를 막고 있었다. 아이들과 우리는 척척 호흡이 맞았다. 우리는 누구랄 것도 없이 아이들의 선생님을 자청했다. 카메라를 내려놓고 함께 노래와 율동을 시작했다. 아이들은 사진을 찍고, 인화되는 시간을 기다리는 중이었다. 함께하며 자신의 사진이 나오기만 기다리고 있었다. 숙소로 돌아오며 사람들은 말했다. 이번 여행에서 최고였다고. 타인을 위한 삶이 최고란 깨달음을 느낀 하루였다.

캄보디아 siem reap(씨엠립), 마음으로 찍어 준 사진들!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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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백작가 2018.07.19 17:0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교회가 완성되진 않았지만 우리에게 그 공간이면 충분했다. 예배를 시작하기도 전에 우리는 천국갈 일을 만든 것이다. 더 많은 일을 만들어 더 좋은 세상을 만들고 싶어진다. 여러명중에 한명이라도 사진 한장으로 뭔가 다른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면 대성공이었다고 당당하게 말하련다. 여행은 새로움을 만들기위해 떠나지만 이런 꽤 괜찮은 일을 만나기도 한다. 행운인 거다.

  2. 김종태 2018.07.20 22:4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참 아름답습니다 사진을 받아든 아이들이 그 순간만큼은 오롯이 자신이 주인공이 되어보는 귀한 시간이었으리라 믿습니다 성경에서 말씀하는 것처럼 사랑은 받는 것보다 주는 사람이 더 복되게 하는 것 같습니다 귀한 일을 하고 오셨습니다 백작가님을...함께 한 모든 분들을 축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