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 참 빠르네. 눈 깜빡할 사이야." 남의 집 아이 커가는 거나, 예전에 찍었던 사진을 보면서 하는 말들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전날밤과 새벽은 눈 깜빡할  사이 보다도 짧다. 그 <깜빡>이란 찰나는 새로운 하루를 우리에게 보여준다. 새벽은 신비롭다. 서서히 밝아오면서 보여주는 현란한 빛은 인간의 눈을 매혹시킨다. 여행지에서 새벽을 보려거든 시장으로 가보라. 어둠에서 서서히 밝아오는 과정을 볼 수 있다. 시장사람들이 새벽을 연다.

차량의 라이트가 만들어내는 스폿 라이트와 전광판에서 새어 나오는 부드러운 색깔들이 색다른 분위기를 만든다. 때로는 긴 그림자를, 때로는 엷은 빛깔로 은은하게 길거리를 비춘다. 마지막 사진에는 안개 속의 아침을 보여주고 있다. 바쁜 발걸음과 차량들의 움직임이 사진에는 흔들림으로 보인다. 아침을 만드는 아낙의 손길이 바쁘다. 골목을 향해서 셔터를 누르는 이가 그곳으로 빠져들어가는 듯 보인다. 반쪽 가로등은 왜일까 의문을 던진다. 아침은 다양함으로 찍을 거리를 제공한다. 여기저기 카메라 방향을 바꾸며 흥얼거린다. 새벽은 사진가에게 신선한 먹거리를 제공한다. 아침이 참 좋다. 

중국 청도의 새벽 풍경, 새벽이 주는 선물.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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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에서 드론을 날린다. 바람을 느끼기 위해서다. 봄바람이다. 파도가 밀려올때 덩달아 불어온다. 반복해서 어김없이 찾아오건만 파도소리나 모양, 느낌도 매번 다르다. 새들이 바라봤던 풍광이다. 새들의 날개짓은 바람을 거스르지 않는다. 흐름에 봄을 맡기고 그 리듬을 목적지로 향한다.   

청도 54광장에서 석양을 맞는다. 동료들과 기념촬영도 하고 파도소리도 듣는다. 드론을 날렸던 바닷가엔 '모래반 돌반'이라. 봄바람이 살랑 거리며 마음을 스친다. 바다로 향하는 일행, 물방울을 파는 아낙, 연을 달리는 장사꾼, 다리 위에 데생, 막무가내로 쳐대는 파도들, 주인을 따라 나온 견공의 어리둥절, 뿌연 시야는 분위기로 치고, 뭐 이런 저런 이야기 속에 여행은 무르익어간다. 같은 곳을 찍어도 서로 다른 프레임들. 자기를 표현한 사진은 있어도 잘 잘못을 따질 수 있는 사진은 없다. 여행을 생각 속에 담기보단 마음 속에 담으려 셔터를 누른다. 청도는 서해에서 한참을 수영하면 도착한다. 노를 젖거나 헤엄을 치거나... 그곳은 항상 우리를 기다린다. 

중국 청도로 봄마중을 떠나다.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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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어는 귀찮다. 나는 그렇다. 바디랭귀지에 익숙한지라 단어와 문장을 따지며 말을 해야하는 게 여간 힘든게 아니다. 언어에 익숙한 사람들은 말한다. 새로운 문화를 접하는 도구이자 기회라지만 난 아니다. 외국어는 지명과 사람이름 모두가 신경쓰인다. 다레살렘, 탄자니아의 수도이다. 처음 들었을땐 옹아리 수준이다가 여러번 되뇌이니 이젠 좀 친해졌다. 준비없는 여행을 즐기는 나는 <우선 방문> 스타일이다. 아프리카 첫 방문지 다레살렘에서 찍은 사진 이야기를 나눠볼 까 한다.

짐을 풀고 <잠앤밥> 문대표님의 친절 안내를 받았다. 투어라기 보다는 사진찍으러 돌아 다녔다. 우선 해변으로 갔다. 자유로운 영혼, 아이들의 노는 모습이 더욱 역동적이었고 상인들의 적극적인 상행위는 나름 구경할만 했다. 해변의 아이들은 데려 우리에게 손짓하며 사진 찍으라고 아우성이었다. 상인들은 사진찍는 조건으로 물건 구입을 제시했다. 물건을 사거나 음식을 먹으며 사진을 찍었다.


탄자니아 대사님의 환대를 받았다. 대화  안전에 대한 이야기가 절반이상이었다. 자국민이 해외에서 즐거운 여행도 좋지만 안전하게 여행하길 바라는 마음이 와 닿았다. 잘 끼워진 첫단추라. 봉사촬영할 곳도 즉석에서 소개해 준 덕분에 다음날부터 기분 좋은 여행을 할 수 있었다.

둘째날, 대사관의 소개한 학교를 찾아가는 길에서 촬영한 사람들 사진이다. 의상이 독특했고, 그들의 얼굴과 표정이 눈에 들어왔다. 사진을 찍었다. 사진에 대한 호불호가 갈렸다. 수락한 사람들을 찍는가 하면 힐끔거리며 몰카도 찍었다. 작가의 열정이 도를 넘는 행위일 수도 있지만 측면이나 뒤에서 촬영하여 그들의 초상권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로 사용하리라 마음 먹었다.


여행 일정상 다레살렘은 하룻밤이었다. 아루샤의 박은파 대표의 소개로 <잠앤밥>이란 한국 교포가 운영하는 곳에서 보냈다. 잘 자고 아침이 되자 아침밥을 차려주었다. 여주인의 음식 솜씨는 한국맛집을  능가했다. 긴 비행시간으로 지쳤을 우리에게 희망같는 밥상이었다. 이곳에 가면 두가지로 놀란다. 훌륭한 음식 솜씨에 놀라고 <잠앤밥>이란 게스트 하우스 이름에 놀란다. <잠앤밥>의 뜻이 여행엔 밥 잘먹고 잠 잘자야 한다는 의미라고 했다. 우끼면서도 당연한 말을 이름으로 쓰다니 놀라웠다. 다레살렘 여행중 지친몸을 편히쉬고 몸보신하려면 <잠앤밥> 을 찾으라.

탄자니아 다레살렘과 게스트 하우스 잠앤밥의 밥맛.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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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객관적이다. <타인이 촬영한 나>는 더욱 객관적이다. 기대감에 '힐끔' 들여다보게 된다. 나를 내가 본다는 건 항상 어색하다. 열흘간의 아프리카 여행 중 동료가 찍어준 사진이라 더욱 끌린다. 우리는 항상 누군가의 시선에 의지하며 살아간다. 의식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건 거짓에 가깝다. 의식하지 않고 자유롭고 싶은 의지일 뿐이다. 함께 했던 동료 이재현 작가가 찍어 준 사진에 내 생각을 살짝 덧붙여 본다.

*사진들은 이렇다. 시장사람들의 사진을 찍으며 여유로운 나. 신발을 수선하는 분의 사진을 찍은후 보여주는 시간. 억수같이 비오는 날 카메라를 몸안에 숨기고 바짝 몸을 움츠린 모습, 대자연과 그 곳에서의 내 모습, 아이들을 촬영하고 작업하며 흐르는 땀을 입고 있던 옷으로 닦던 순간을 찍은 사진, 그리고 아름다운 인도양을 향해 셔터를 누르는 나의 모습이 사진에 나온다. 마지막 사진은 춤추는 <즐거운 삶에 대한 로망>의 표현이다.

각각의 사진을 설명하는 건 무의미하다. 여행 중 다양한 모습들을 재인식하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아프리카는 낯선 곳이다. <낯설게 하기>란 말을 입버릇처럼 달고 다니던 나에게 '낯섦'은 좋은 먹거리다. 열 장의 사진이다. 웃는 표정과 몰입하는 과정이 전부다. 진지한 세상 바라보기! 찍고 다시 그걸 보고 즐거운 집중의 과정들이 삶과 다르지 않다. 이 사진에서 나의 특징을 발견한다. 다른 사람들처럼 집중할 땐 미간을 찌푸린다. 또 다른 집중의 표현은 서서 찍을 때 다리를 구부린다는 것이다. 무엇을 떠받을 듯 정중한 자세다. 넓은 풍광을 촬영하는데 조금의 높낮이는 의미가 없다. 집중과 마음의 정돈을 주문하는 것이다. 그 응답의 바디랭귀지이다. 세상을 향해 진지하게 생각하고, 항상 그 안에서 답을 찾으려 한다. 확률은 낮지만 지속적으로 그걸 향해 물음을 던진다. 그게 인생이다.

탄자니아 여행에서 내가 찍힌 사진들, 그리고 그 의미.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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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11월초. 탄자니아의 잔지바르 [Zanzibar] 는 습하고 비가 자주 온다. 문화는 기후의 영향을 받는다. 옷이나 피부톤 그리고 음식까지도 달라진다. 사람들의 표정도 그렇다. 종교적 영향도 받지만 가장 큰 요인은 기후이다. 환경이다. 잔지바르 사람들은 온순한 편이다. 작은 섬이고 지형도 완만하기 때문이다. 산세가 험하거나 바람이 거세면 그걸 닮는다. 다 그런건 아니지만 확률이 높다. 비가 쫙 내리고, 금방 해가 뜬다. 길거리는 철벅거리지만 섬사람들은 게의치 않는다. 익숙한 거다. 

그들을 만나려면 그 곳의 시장으로 가라. 다양한 사람들의 색다른 삶이 있다. 마을 안 시장이나 부두가의 생선 파는 곳은 다른 느낌이다. 사진찍기는 다름을 찍는다. 딱 좋다. 아침 햇살이 비춰오는 시장과 비오는 선착장은 별미다. 질감이 매력적이다. 시장 안엔 분위기 메이커인 떠벌이 아저씨, 찍은 사진을 보여달라고 눈짓하는 젠틀 아저씨, 찍지말다던 청년이 친구가 찍으니 슬그머니 다가와 합류하는 모습들, 그리고 찍는 걸 알면서도 모르는 듯 몸매관리하는 아낙, "잠보, 잠보!" 반가이 인사를 나누는 눈빛 그윽한 마을 형, 비가 와 공친 날 마을사람들이 모여앉아 여유를 즐기는 부두가의 풍경이 괜찮다. 

선착장이나 부두가라는 단어를 번갈아 쓰는 이유는 단어 하나만 쓰기엔  아쉽기 때문이다. 뭐 딱히 단어를 분류하려하지 않는다.  잔지바르 [Zanzibar]는 섬이다. 풍경도 좋지만 내게는 사람의 모습이 더 좋은 풍경이다. 스톤타운의 작은 숙소를 잡아놓고 어슬렁거리며 거리를 배회하는 것도 괜찮겠다. 여행은 '지금'을 즐기며, 그 다음을 기대하는 과정에서 느껴지는 행복이다.

잔지바르 [Zanzibar] 사람들.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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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은 못 속인다. 인물사진 작가인 나에겐 사람만 보인다. 사람들은 멋진 호텔에 들어가면 괜찮은 장면들을 찍는다. 잔지바르(Zanzibar) Blue Bay 호텔이다. 이틀을 보낸 호텔이지만 소리없이 자신의 역할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더 눈에 띤다. 사진 찍기를 제안하면 미소로 응한다. 친절보단 사진을 좋아한다는 말이 맞을 것이다. 풍경보다 사람을 찍은 이유는 좋은 호텔은 친절과 맛난 음식, 편안한 잠자리는 기본이란 관념때문인지도 모른다. 그 곳의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과 소통하는 방법으로 카메라를 꺼낸다. 햇살이 예쁘게 비추던 아침, 사람들이 나에게 다가온다. 아름다운 사람들!

호텔의 경비가 철저하다. 정문부터 보안부대로 들어가는 느낌이다. 고객에 대한 배려이다. 호텔이 넓어 길가를 청소하는 사람, 방을 정리하는 사람, 레스토랑 직원과 고객을 맞을 준비에 분주한 사람들, 바닷가의 경비원과 레포츠 요원들의 역동적인 움직임. 좋은 숙소의 조건이란? 다레살렘에서 한인이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가 있다. 이름이 '잠앤밥'이다. 영어이름인줄 알았는데 '잠 잘자고 밥 잘먹으면 여행이 끝'이라는 의미란다. 그곳은 음식이 한국보다 맛있다. 잠자리도 편안하다. Blue Bay 호텔의 이름에 대한 기대는 잠과 밥은 기본이어야 한다는 생각에 사람이 우선 보였는지도 모른다. 세상은 사람들이 놀다간 흔적만이 남는다. 장소보다 사람이 우선이어야 한다는 인물사진작가의 생각이다.

잔지바르 [Zanzibar] Blue Bay 호텔 사람들.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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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이족하면 모르는 사람없을테고. 인터넷에서 자판만 두드리면 정보의 바다가 넘실거린다. 내가 만난 그들은 탄자니아의 세렝게티로 가는 길목에서다. 가축을 몰고 가는가하면 길가에서 차를 세우고 거래하는 마사이족, 그리고 직접 찾아간 곳에선 그들을 보여주기에 여념이 없더라. 제목으로 쓴 <마사이족이 보여주는 낯섦의 가치와 초상권>은 내가 느낀 의미를 쓴 것이다. 마사이족이 사는 터전은 방문하는 비용이 있고, 길가에서 그들의 얼굴과 문화컨셉을 촬영하는데는 그들만의 정당한 비용을 요구한다. 낯섦에 가치와 그들만의 독창적 초상권에 가치를 부여하는 거다. 놀라운 건 그들의 초상권에 대한 거부는 고개를 돌리는 거다. 얼굴의 가치, 그들은 이미 그 권리를 알고 있다.

<블랙 마사이>, 물론 내가 붙인 이름이다. 따로 무슨 이름이 있는지는 모른다. 이마에 하얗게 어떤 상징을 하고 삼삼오오 모여 있다가 차를 세운다. 첫인상이 강하게 들어온다. 낯설다. 그들은 사진 찍는 조건으로 비용을 요구한다. 그냥 서 있기도 하지만 포즈를 요구하며서 작가적 기질을 발휘하면 괜찮은 작품을 찍을 수 있다. 이 사진들은 '마사이 전사'를 떠올리며 촬영한 것이다. 얼굴에서 시선을 아래로 내린다. 타이어 신발이 눈에 들어온다. 어린시절, 고무신을 신어 봤지만 거친 길을 걸어다니기엔 괜찮을 거다.

케냐와 탄자니아에 산다는 마사이족들. 그들끼리의 리그란 생각. 평균 175cm의 큰 키와 문화가 또 다른 마케팅으로 세간에 알려져 있다. <마사이 워킹>이란 단어에다 워킹화까지 낯선 단어는 아니지만 눈앞에 펼쳐진 상황이란 왠지 낯설다. 보여주겠단다. 그들의 삶을 들여다본다. 당당하다. 그들의 일상을 보는데 문화상품을 만들어 비용을 지불하게 한다. 그 안의 과정들이 다분히 인간의 심리적 문제를 터치고 있다.


차를 세우면 '짱가'처럼 어딘선가 나타난다. 롱다리로 막 달려온다. 성큼 성큼 내달리니 금방온다. 마사이족이 키가 큰 것은 똑바른 자세보단 당당함에 있을거란 생각은 이번 만남을 통해서다. 많이 걷고 절제하는 그들의 삶에 있으며 유전적 요소도 한 몫을 한 거다. 우리는 그들의 척박한 삶 속의 지혜를 가져다가 <마사이 워킹화>란 이름으로도 판다. 그들은 생존을 위해 신고, 우리는 편안함과 또 다른 기대로 신는다. 사진을 찍진 않았지만 냇가에 물통을 들고 앉아 있는 여인들이 보인다. 그들은 물을 퍼가려는 것이 아니라 컨셉을 팔기위한 마케팅 방식이다. 물떠가는 여인 컨셉 말이다. 그들만의 복장과 얼굴에 그려진 상징, 그리고 그들만의 방식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가치를 인정받으려 한다. 다분히 인간의 심리를 건드린다. 때로는 낯섦을 보여주는 것으로, 때로는 그들의 문화를 유지하기 위한 제안으로 기부를 요구하기도 한다. 다양한 방식의 제안들이지만 우리에겐 너무 익숙한 상술이란 걸 알면서도 그 제안들에 넘어가고 싶은 끌림은 무엇일까?

마사이족이 <보여주는> 낯섦의 가치와 초상권.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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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묘미란? 우연한 만남. 차를 타고 가다가 '힐끔' 골목이 눈에 들어온다. 0,000001초보다도 짧은 시간이 마음을 움직인 거다. 어떤 연유로, 그걸 알려면 아마 정신분석 정도는 받아야 할 거다. 세렝게티에서 야생을 체험하고 돌아오던 길이라 사람이 그리운 걸까. 차를 세우고 골목입구에서 저 멀리까지 펼쳐진 골목길을 바라본다. 멍하니 바라본 이유는 <꿈결 같아서>라고 말하면 믿을까. 찐득찐득, 비가 내렸는지 바닥이 더욱 황톳빛을 띠며 고인 물까지 나를 유혹한다. 검정피부톤이 어두운 색이 아니란 거다. 생동하는 빛깔 속에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내 안의 기운이 꿈틀거린다. 지명은 아루샤. '어느 마을'이라는 단어로 이곳을 숨겨놓고 싶다.

마을 안에는 시장이 펼쳐져 있다. 미용실, 사진관, 옷가게, 식당, 과일파는 곳, 수리점, 가전제품 판매점 등 없는 거 빼고는 다 있다. 이 마을에서 사진찍는 방법이 있다. 가이드는 <제너럴>하게 찍으란다. 사람을 찍되 풍경 속에 넣어 자연스럽게 찍으란 얘기, 낯선 사람들에게 놀랄 그들을 위한 배려? 우선, 카메라를 든다. 손가락으로 셔터를 누르는 시늉을 한다. 그럼 'yes no!'가 바로 나온다. 고개를 돌리거나 손사래를 친다. 허락하는 표정이 참 좋다. 한 술 더 떠서 가까이 다가가 포즈까지 요구한다. 이런 저런 에피소드를 남기고 그곳을 나온다. 이방인 때문에 정신팔려 생업에 지장을 주면 안되니 말이다.

왜 일까? 그 곳을 방문이라 말하지 않고 <발견>이란 적은 이유. 신세계 발견? 아무튼 황토색 흙길, 중간 중간에 질퍽하게 고인 물빛, 패션엔 신경을 안 쓴듯 막 입었는데도 잘 어울리는 패션테러리스트들. 오래된 질감, 화려한 의상톤, 검게 그을린 피부톤이 콜라보라도 한 듯 잘도 어울린다. 그곳에선 어설픈 피부톤의 황인종이 촌스럽다. <아예 검으려면 그들 정도의 톤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로 관념을 재규정한다. 시장 사람들은 어슬렁거리는 듯 보이지만 역동적이다. 이방인을 바라보는 눈빛엔 뜨거운 레이저가 담겨있다. 관심일 거다. 수줍은 듯 카메라 앞에 과시본능을 유감없이 발휘하는 꼬마, 나를 찍으라고 손짓하고 포즈까지 취하는 친절남, 게의치 않고 열중하는 점원, 신문을 보거나 당당하게 길을 걸어가는 아낙의 모습도 나를 심쿵하게 한다. 이런 발견은 우연이기엔 기회를 준 많은 조건들이 있다. 우선 한가지만 살짝 말하고 싶다. 세렝게티의 여행 디자이너 박은파 대표이다. 그녀는 프로 중의 프로란 생각을 여행중 반복적으로 되뇌이게 한다. 세렝게티에서 응고롱고로에서 나오다가 이 마을을 여행코스에 넣을 것을 제안하는 바이다.

탄자니아의 어느 마을, 그들의 색을 발견하다.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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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밤, 기차를 타고 떠나는 여행! 낭만적이다. 새벽 바다를 바라본다. 사진을 찍고, 그 안에 환호성까지 담는다. Save NK와 함께 <탈북 청소년, 멘토 & 멘티>의 사진여행은 정동진에서 시작된다. 바닷가엔 파도가 거세다. 검푸른 빛이 붉은 빛과 중첩되는 과정은 우주의 탄생을 은유한다. 여기저기 카메라의 셔터소리가 파도 소리와 협연을 시작한다. 탈북 학생들의 움직임이 점점 자유로워진다.

그들의 움직임은 카메라의 셔터로는 잡아낼 수 없다. 어둠 속에서 말없이 빛을 바라보는 아이들의 생각이 읽혀진다. 빛 속에 자신의 생각을 담고, 소망하는 것들을 떠올리고 있다. 환호성을 지른다. 동해엔 처음이라며 웃음짓는 모습이 해맑다. 이렇게 정동진의 아침은 우리를 맞이한다. 모두가 하나되는 순간이다.

아이들에게 말한다. 해가 떠오르는 순간만을 기다리지 말라. 여명 속에 담긴 의미와 그 때를 즐겨라. 최고가 되기 보단 어떤 순간이든 최선을 다하며 <지금이곳>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말한다. 사진이 찍을 수 있는 시간과 장소에 대한 개념이 항상 우리를 가르친다. 어김없이 해는 뜬다. 기차에서 내렸을 때 바라봤던 밤하늘의 총총거리는 별들에게 향하던 시선이 파도소리와 여명, 그리고 태양에게로 옮겨가고 있는 중이다.


날은 밝아오고, 연인들의 기념촬영 뒷편에는 파도가 바위를 때린다. 바닷가 촬영을 마치고 아이들이 모여 앉아 기도를 드린다. 박자에 맞춰 노래를 부른다. 통기타의 여운은 추억을 되새기기에 충분하다. 들뜬 가슴을 추스리며 자신에게로 돌아가려는 아이들의 몸부림이다.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는 아이는 어젯밤 새처럼 날아오르는 꿈을 꾸었을 게다. 함께 즐겁다.

글의 마지막은 기념촬영의 처음과 끝을 보여 준다. 플랜카드를 앞 세우고 그들이 한 일을 추억하려 한다. 진지하게 카메라를 바라본다. 난 지금 바다가 보이는 2층 카페에 있다. 이곳에서 이른 아침을 정리하고 하루를 계획한다. 오죽헌을 들러 대관령 삼양목장으로 향한다. 아이들과 어깨동무를 하고 걸어갈 것이다. 농담을 '툭툭' 던질 것이다. 더욱 가까워질 것이다. 어지러운 나의 마음을 그들에게 의지할 것이다. 우리들의 웃음 소리는 강원도 하늘 아래 대지에 울려 퍼질 것이다. 이렇게 오늘도 '지금'에 최선을 다하는 하루가 되길 빌어본다.

save NK와 떠나는 출사여행, 나도 사진작가!  정동진.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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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그렇다. 특히 하루를 묶는 건 더욱 그렇다. 저녁에 만나고 아침에 헤어진다. 사진에 글을 붙이면서 흐름을 보면 매끄러울 리 없다. 하루란 아침부터 시작하여 저녁으로 마무리한다. 순서를 뒤집어서 글을 쓰면 진정성이 훼손된다. 아무튼 이 글은 어둑어둑한 저녁 즈음부터 시작된다. 일반 숙소에 가면 관리인이나 주인이 키를 주고 잘 지내라고, 잘 왔다고 말하면 끝이다.  그런 단순한 과정이 아닌 계속 연관을 가지고 묻고 답하며 대화를 나눠야 하는 곳이 있다. 오래된 흔적과 역사가 있는 곳이기에 그렇다. 그곳은 종택이다. 그 이름은 농암종택!

아기사과가 수줍은 듯 숨어 있다. 이 사진을 찍고 있는데 여주인이 다가와 뭘 찍느냐고 묻는다. 당신도 동우회에서 사진을 찍는다고, 카메라 이름이 뭐냐고 물으며 관심을 보인다. 사진가들의 방문이 내심 반가운 게다. 매달린 아기사과의 옹기종기 모여 앉은 모습이 소꼽놀이 하는 아이들 같다. 이것이 600년을 지켜온 종가집, 농암종택의 첫인상이다. 

50이 족히 넘은 어른 둘이 아이처럼 급히 방으로 들어간다. 뭔가 재미난 일이 있는가보다. 사진 속 시선은 그들에게 쏠린다. 사실 그들이 아니라 내 생각이다. 뭔가 재미난 일에 대한 기대를 표현하고 있다. 혼자가 아닌 둘이다. 어린 시절, 형제끼리 무엇을 차지하려고 난리치는 과정이다. 멍석을 까는 것이다. 영화의 첫장면이다. 이렇게 과거로 들어가는 과정을 이 사진으로 대신하려는 것이다. 고택은 옛날 이야기를 시작하기에 딱이다.  

해가 저문다. 저녁나절 사진이 작가의 감정을 담고 있다. 시선이라 말하지 않고 감정이라고 말한다. 사진은 그때 느낌을 카메라로 담아내는 작업이다. 사진으로의 표현은 <절대적>이 아닌  <상대적>이다. 같은 환경이라도 그때 그때 다르다. 첫번째 사진이 제일 마음에 든다. 건물에 묻어난 엷은 빛이 좋. 건너편 고택의 문틈 사이로 새어 나온 빛으로 추정된다. 황혼과 방안의 빛이 조화롭다. 대지에 살포시 내려앉은 빛이 외벽을 비춘다. 희미하게 보이는 질감이 정겹다. 사람이 집을 만들고, 집은 사람을 완성한다. 두 사진은 한 곳에 집중하고 있다. 느낌이 다르다. 왜 일까? 시시각각 변화하는 인간의 감정때문일 거다.


대청마루에서 마당을 바라본다. 안개 자욱한 풍광이 괜찮다. 바닥에 엎드려야 보이는 화면이다. 한가로이 누워서 봐야 보이는 화각이다. 여유로운 자에게 주는 선물일지도 모른다. 모처럼 그곳에서 여유자적의 호기를 누린다. 한폭의 산수화라. 뭐 수묵화?

농암종택의 아침이다. 객이나 주인이나 밖으로 나간다. 아침 인사를 하는 거다. 밤새 안녕이다. 하루가 다시 시작된다는 것은 태초 세상의 탄생과 다르지 않다. 신비로움을 목격하는 것이자 감사의식을 거행하는 것이다. 대낮의 작렬하는 태양의 모습이 아닌 초가을 바람이 코끝을 스친다. 배시시 웃을 수 있는 여유를 갖게 하는 아침이다. 감사한 일이다. 감사는 그걸 아는 사람에게만 주는 선물이다. 


두장의 사진은 시간차를 갖는다. 그 사이엔 특별한 이벤트, 아침식사가 있다. 종부가 차린 정성스런 밥상을 접한다. 방안에는 젊은 부부와 나이 지긋한 교수 내외가 자리를 함께 한다. 주인장의 이야기는 사람사는 흔한 이야기로 시작되지만 인문학 강의처럼 들린다. 살아가는 지혜라기 보다는 세상을 바라보는 자세로 들린다. 세련된 조찬장이다. 몸과 마음을 살찌우는 시간이 두 장의 사진 사이에 끼어있다.

주인장이다. 가르치려는 것이 아니라 설명해주고 싶은 것이다. 그는 그곳을 이야기한다. 그곳에 빠져 있다. 종택의 유명인이다. 그에게서 향기가 난 것은 욱하는 마음에 저질렀던 사건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완성된 시간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안동댐 수몰과 함께 찾아온 종택이전과 이곳을 만나게 된 과정은 한편의 드라마다. 농암종택에서 하루를 머문다는 것은 편안한 잠자리에 그치지 않고 그의 삶도 함께 맞이하는 것이다. 인간은 미완이나 의지는 완성을 향한다. 마을의 풍광보다 그의 마음이 더 괜찮다.

일행이 유명하다고 예약했고, 다른 사람이 다시 추천했는데 같은 곳이라. 고민할 여지도 없이 찾은 곳이다. 이런 수순은 뭔가 잘 되려는 예감이 있다. 예상과 현실이 맞아 떨어진다는 것이 인생사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 곳은 그렇다. 정신이 있고, 고집이 있으며, 자부심이 함께 한다. 1박 연수를 다녀온 느낌이랄까. 지킨다는 거, 명맥을 유지한다는 건 의리를 지키는 것이며 용기있는 행동이다. 용감한 부부! 그 뒤를 이을 자는 누구인가?

600년 가문, 농암종택에서의 하룻밤.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Posted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백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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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황남수 2017.09.13 08:2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글을 읽으면서 빠져들어가는 현장감있는 분위기와 사진에 뭔가 압도되는 기분까지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