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선물 받은 에세이집에서 한 작가의 역사가 담긴 사진들과 몇 년 전 내가 직접 촬영해 준 사진을 함께 놓자 색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한 어린 아이의 색동저고리와 빛바랜 가족사진 그리고 남편과의 연애 시절의 표정들이 바로 나를 감동에 잠기게 하였다.  

 사진가의 눈에 들어 온 '가족사진'에 대한 글에서 과거에 찍었던 사진과 내가 찍었던 사진이 비교되면서 많은 생각에 잠길 수 있었다.  사진은 매력적이다. 오래된 사진일수록 그 매력은 더하다. 누렇게 퇴색된 사진이 더욱 값지게 느껴지는 이유도 세월을 느끼게 해 주기 때문이다. 짧은 머리의 교복을 입은, 저고리와 양복을 입은 가족들의 근엄한 표정에는 그 시대의 문화가 담겨 있다. 지금에야 웃으며 자연스럽게 찍은 사진이 대부분이지만, 그 당시에는 카메라 앞에서 웃는 것은 용서할 수 없는 약속과도 같은 것이었다. 저고리를 입은 여성들의 결연한 태도가 눈길을 끈다. 7살 정도로 보이는 주인공의 눈빛 역시 사진 속에서 더욱 빛나 보인다.

일흔이 넘은 그녀는 이제 가족들과 가족사진을 찍었다. 손자 손녀들의 재롱이 즐거운 그녀는 이 사진의 격세지감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남동생과 찍었던 사진과 재롱둥이 손자손녀들의 청바지 컷.

마음은 시공을 초월한다. 특히 순수한 눈빛을 가진 아이들의 마음은 더욱 그러하다. 아이들은 자신의 내면을 숨기지 못한다. 사람들이 아이의 눈빛 속에서 순수라는 상징어를 찾아내는 것도 그 때문이다. 과거 동생과 함께 찍은 사진과 현재의 손자손녀들의 개구쟁이 같은 모습에서 아이끼리 느껴지는 정서적 교감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감회가 새로울 거라는 말로만 표현하기에는 아쉽다. 카메라를 바라보는 옛날 사진에서는 아이들의 성향을 읽어낼 수 없지만 오누이의 정겨운 모습은 여실히 느껴진다. 반면 청바지에 흰 티를 입은 아이들의 몸짓은 자유분방하다. 특히 맨 우측에 우두커니 서 있는 막내의 표정이 예사롭지 않다. 뭔가 사연이 있는 듯해 보인다. 사연인즉슨 이렇다. 바닥이 차갑다고 발가락을 끝을 들고 있는 것이다. 촬영 당일 이 아이는 바닥이 차갑다고 울먹였던 기억이 난다. 다른 아이들의 포즈는 개성에 따라 자기다운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부부의 젊은 날과 노년의 다정한 모습.

 젊은 날, 부부의 사진이다. 그녀는 제목에 도반이란 단어를 썼다. ‘함께 도를 닦는 벗이란 뜻이란다. 하얗게 백발이 된 노부부는 지금까지 함께 도를 닦았다. 도를 닦는 데 힘이 들었는지 머리가 하얗게 세었다.

두 사진은 다른 듯 닮아 있다. 웃음을 억지로 참는 두 젊은이의 미소 속에서 설렘과 사랑이 듬뿍 담겨 있다. 나는 잠시 고민에 빠졌다. 어떤 모습이 더 아름다운가 하는 문제 때문이다. 노부부의 함박웃음과 젊은 날의 추억이 담긴 미소를 놓고 생긴 고민 말이다. 추억과 젊음이 담긴 사진이 아름다울까, 백발이 된 노부부의 웃음 짓는 표정이 아름다울까를 놓고 한참을 고민했다. 그리고 나는 현명한 판단을 내렸다. 무승부다. 비교할 수 없는 사진이 보여 주는 매력이 각각 다르게 발산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가족사진을 찍은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볼수록 재미있다. 모두들 자리에서 일어나 즐겁게 소풍을 갈 것만 같다. 두 사람이 열 명으로 늘어난 가족사진, 내 인생의 가장 큰 선물이고 또한 나에겐 가장 귀중한 보물이다."

 사진이 그렇고, 또한 책이 그렇다. 자전적 에세이이지만 자신이 살아온 과거를 그대로 서술하지 않고 작가의 지적 호기심을 더하여 읽는 사람의 지식을 두텁게 해준다는 느낌마져 들게 했다. '가르치지 않고 가르친다'는 말이 있다. 조순향작가는 사진과 글속에서 명문가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평상시 그녀는 너무 평범하며 상대방을 배려하고 조신한 몸짓들에서는 결코 그의 과거를 읽을 수 없다. 그러나 평온한 얼굴에서 나오는 미소는 상대를 편안하게 하는 마력을 가지고 있다.

책을 덮으며 그녀에게서 삶의 지혜를 배운듯 뿌듯함을 느낀다.

Posted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백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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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백작가 2013.05.13 07:2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무리 생각해도 과거를 기억할 수 있게 해주는 것으로 사진만한게 없다. 물론 그 시절에 가지고 놀았던 소품으로도 기억을 떠올릴 수는 있으나 그것은 순전히 상징적 도구를 이용한 상상일 뿐이다. 그러나 사진은 직설적이다. 바로 그 안으로 빠져들어가면서 즐거움을 준다. 오래된 사진일 수록 그 기분은 가히 매력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