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일기예보가 겁을 줬다. 비바람이 거세게 분다는 거였다. 비가 와도 예정대로 촬영을 강행한다는 규칙에 따라 진행되었다. 오전 9시가 되니, 많은 학생들이 모였다. 아마추어가 모델을 촬영한다는 것은 왠지 어색하기 짝이 없다. 그러나 그 촬영 노하우 중에 하나는 모델에게 말걸기이다. 자신이 촬영하는 위치에서 마음에 들때까지 모델에게 동작을 주문하면서 촬영하는 거, 그것이 모델촬영의 첫걸음이다. 멘트는 이렇다. "모델! 자세 좋아요. 조금만 좌측으로 움직여 주면 좋을 거 같아요. 네 아주 좋아요." 이런 식으로 처음부터 칭찬으로 시작하면서 모델을 리드하는 것이 프로로 가는 지름길이다.

동료들이 사진을 찍는 동안, 한 사람이 용기를 내어 모델을 리드해가고 있다. 틀림없이 이 학생은 다음에 모델을 대하는 자신만의 노하우가 생겨날 것이다. 조금씩 시각과 자신의 위치를 바꿔가면서 촬영하는 것이 중요하다. 모델과 적극적인 스킨쉽을 통해서 소통해야 한다. 그것이 서로의 거리감을 없애며 촬영하는 좋은 방법이기도 하다.

총을 겨누듯, 적극적으로 달려들고 있다. 좀 더 나은 사진을 만들기 위한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정면으로 들어가며 모델의 이미지를 잡아내는가 하면 높은 곳에서 때로는 엎드려서 촬영을 했다. 이 정도의 열정이면 프로의 경지에 이미 오른 상황이라고 해도 과언을 아니다. 우측의 사진은 모델의 뒷 부분에서 보여지는 단서가 재밌다. 아마 이들이 연인 관계였다면 여자 모델의 손이 남자의 어깨나 허리를 비롯한 몸쪽으로 적극적으로 달라 붙었을텐데. 앞쪽만 정겨운 미소를 지으며 뒤는 다른 행동을 취하고 있다. 사람은 뒷모습에 진실이 담겨있다는 말을 공감하게 한다.

정장에서 캐주얼로 의상 교체를 한 모델이 봄의 가벼움을 느끼게하고 하늘은 싱그러움을 더해 준다. 유리배경으로 비춰진 하늘과 소나무의 형상은 산수화를 연상케 한다. 여전히 사진가들은 셔터를 눌러대느라 정신이 없다. 몇일 전, 3시간동안 특강을 하면서 이야기했던 그 '상상의 세계'에 대해서 생각은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비는 계속 내렸다. 3시간동안 3개 반을 3명의 강사가 촬영을 지도를 시간별로 바꿔가며 진행했다. 어느 덧, 강의는 끝났다. 한성백제 박물관의 멋진 배경으로 촬영하기 위해 비를 맞아야 했다. 1분 남짓의 시간을 활용하여 대여섯 컷의 셔터를 눌렀다. 모두의 얼굴에는 흥겨운 미소가 묻어 났다. 

이들에게 카메라가 즐거움을 선사하는 친한 친구가 되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Posted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백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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