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가 잠들어 있다. 때를 놓친 아날로그 카메라가 장롱속에서, 솔직히 말하면 놀고 있다. 디지털의 편리함에 길들여진 사람들이 아날로그를 배신한 것이다. 마니아들은 아날로그의 느낌을 디지털로는 안된다고 단정했다. 그러나 그 편리성과 트랜드를 넘어서지는 못했다. 아날로그와 디지털, 무엇이 우리를 혼돈으로 몰고 가는가.

 

 빛바랜 사진, '7080'이라는 텍스트가 그 옛날을 떠올리게 한다. 사진은 한 장의 종이에 불과하나 내용을 들여다 봄과 동시에 의미를 갖는다. 어느 시인의 '꽃'과 같다. 꽃이라 이름을 불러 주며 의미가 생성되듯이, 사진을 시각적으로 해석함으로서 소통하는 것이다. 나의 학창시절은 올림푸스 하프 카메라가 인기를 끌었었다. 24cut 필름을 구입하면 48cut를 촬영할 수 있어서 경제적이고 쉽게 촬영할 수 있어서 인기가 있었다. 소풍을 가지전에 빌렸다가 촬영후 맡기며 몇 일을 기다린다. 기다림의 설레임이 있었다. 그 다음 나온 사진을 보며 즐거웠던 그 시절 그 때가 떠오른다. 지금 나의 입가에는 선한 미소가 흥건하고, 눈매는 살짝 감기어 있다. 나는 지금 과거의 그 곳에 서 있다. 결국 그곳으로 데려간 것은 사진이었다. 알라딘의 요술램프처럼.

 
 몇 년전 음원소송으로 음반업계가 떠들썩했다. 여러 업계 중에서 제일 먼저 몸살을 앓았고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지금도 진행형이다. 저작권, 그것은 인간의 두뇌가치를 인정하는 것이다. '어디에나 있고 또 아무 데도 없는' 특성의 디지털이 그 흐름을 대세라는 이름으로 함께 할 지라도 아날로그의 그 미묘한 맛을 선호하는 마니아들의 움직임이 범상하지 않다. LP와 CD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작년 11월에 열린 '서울 레코드 페어'에서 하루에 1억원이 넘는 음반이 팔렸고, 그 절반이 LP 매출이었다니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손 맛이랄까. 사진기에 필름을 끼우고 노출을 맞춘 다음 촬영을 하고, 현상과 인화를 했던 것이 아날로그 시절의 이야기다. 이제는 카메라로 사진을 찍으면 컴퓨터 안에서 잠겨있다. 인화는 대부분 하지 않는다. 카메라는 디지털이 활성화되자 아날로그가 잠을 자고 있으며, 찍힌 사진은 디지털이 컴퓨터 안에서 잠을 자고 있다. 아니러니가 아닐 수 없다. 

 음반시장에 CD와 음원이 판을 치는 와중에도 LP의 아날로그가 서서히 꿈틀거리고 있다. 장롱속에 잠을 자는 카메라는 언제 마니아들의 손에 이끌려 나들이를 할까. 가능성은 있는 것인가. 나의 아날로그 카메라도 금고속에서 숨을 죽이고 앉아 있다. 빠르고 편리한 것이 좋은 것이라면, 좀 불편한 것들은 전부 사라지는 날, 우리의 삶은 어떤 모양으로 있을지 궁금하다.

 아날로그를 넘어 디지털의 편리성에 매료됐던 사람들이 쉽게 그 익숙함에 신물을 느끼고 다시 아날로그의 돌아 올지는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그러나 LP와 CD의 싸움에서 당당하게 그의 매력을 보여주는 아날로그 LP의 저력을 보면서 사진계에도 새로운 바람을 기대해도 될까.

Posted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백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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