훔쳐보기. 몰래 카메라처럼 누군가의 생각을 훔쳐 본다는 것은 항상 흥미롭다. 사진이 아니라 그 속에 담긴 생각 말이다.훔친다는 것 자체가 무색할 정도로 추측하는 것이다. 그 사진 속에 담긴 이야기를 듣는 것이다. 아니, 내 생각을 끼워 넣는다. 내 생각과 그의 생각의 겹치기를 통한 이야기이다. 그걸 훔친다고 말하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남들이 찍은 동시간, 같은 장소의 <다르게 보기>에 대한 시선을 따라가 본다.

강일선 작

화가의 꿈. 사진이 아니다. 물감을 흥건하게 흘려놓고 이깬 것이다. 작가의 전날 밤 꿈이다. 꿈이 그렇듯 시간과 장소에 대한 연관도 없이, 누구와 누구의 일관성도 없는 몽환적인 느낌 그대로이다. 작가의 꿈은 화가였으며, 사진으로나마 그걸 표현하는 것이 그의 꿈을 그려내는 대리만족이다.

노진화 작

바캉스. 사진에서 노랫소리가 들린다. 작가는 흥얼 거리며 사진을 찍었을 게다. 경쾌한 음악을 틀어놓고 선글라스를 낀 사람들이 운전대를 잡고 있다. 풍성한 이파리가 시장바구니를 든 아낙의 파마머리같다. 온통 사진 속에는 들뜬 분위기의 연속이다. 걸어가는 사람들의 몸짓이 가볍다. 휴가를 떠나는 바캉스의 계절이 맞긴 맞다.

박지연 작

가벼운 우울. 중년여성의 작품일 것이다. 기본적으로 중년은 우울하다. 상실된 환경을 접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녁나절, 흔들리거나 다운된 정서의 사진은 중년여성의 그것이다. 이 사진에는 몸부림이 담겨있다. 그 우울 마져도 가볍게 넘기려는 의지의 표현이다. 봐라, 사진이 무거울 듯한 분위기에 가볍게 웃고 있지 않은가? '난 괜찮아!' 이런 자위.

이재현 작

바람난 아내. 숲 속도 아닌 곳에 어설픈 도심의 분위기가 느껴진다. 프레임 속에 나타난 빨강들! 이 둘은 다르다. 들 뜬 빨강과 분노와 좌절의 빨강이다. 커플복으로 함께 샀을 옷들이 제각각 이다. 남편의 거친  숨소리는 어디론가 떠나고 있다. 화면 뒷에서 춤을 추는 여자가 아내일 거다.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된다. 얘기 끝! 얘기 하나마나 이 스토리는 진부하기 그지없지만 그걸 잘 표현한 작품이다. 작가는 같은 빨강이 아님을 표현하기 위해 빨강 옷을 입은 남자의 시선을 뭉겠다.

전용구 작

오래된 아침. 찍은 시간은 밤이다. 사진은 아침이 느껴진다. 그것도 오래 전부터 보아왔던 익숙한 아침이다. 우리에게 아침은  눈을 부비며 몽롱한 상태에서 맞곤 한다. 이렇게 한 장의 사진을 꺼내 놓고 고민했을 그의 고뇌가 아름답다. 절제함이라. 뭘 보여줄 것인지 고민했고, 여기 까지마나 하자고 스스로에게 타협한다. 그렇게 이 사진을 덜렁 내 놓고 또 다시 고민한다. '어쩜 좋아?'

전현미 작

진지하거나 화려하거나.  이 사진은 전면과 배경으로 나뉜다. 화려한 불빛이 분주하다. 저 멀리 어둠이 몰려 온다. 흐린하게 대비를 표현하려는 작가의 의도가 그의 성격일 거다. 딱히 딱 잘라 말하기보다는 그 안에 어설픈 듯 두리뭉실 넘어가려 하지만 어째튼 그의 생각은 표현되었고 이야기는 지속되고 있다. 화려함 주변에 얼쩡거리는 다양한 감정들이여.

한미연 작

나르시시즘. 지기개를 펴고 있는 것이 아니다. 섹시한 몸매를 자랑하고 있는 것이다. 자신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기보다 공감의 피사체 속에 집어 넣고 떠 넘기려 한다. 엷은 색들의 대비는 조심스럽게 다가가려는 그의 성향이자 행동이다. 항상 자기 안에 담긴 나르시시즘, 자신을 사랑하려는 작가의 의도가 짙게 깔린다. '나 이뻐?' 이렇게...

홍미혜 작

간지르고 웃기. 각각 다르나 연출인듯 연출아닌 사진 속은 명확한 결론은 없다. 그럴 듯한 의미 속에서 자위하는 자신을 발견한다. 우연의 일치든 기다리다 걸렸든 사진 속은 이야기로 풍성해 진다. 시작을 찾으려는 안간힘은 여기서 부터 또 다시 시작된다. 연관 없는 사람들의 시선을 어찌 관계 지으려는가?

홍정숙 작

퍼즐. 환영이다. 문제 맞추기이다. 뭘로 보이냐고 되묻는다. 숨은 그림 찾기라도 하듯 묻고 답하기를 지속한다. 이런 말걸기는 글쓰기나 노래하기와 똑같다. 사진처럼 말을 거는 계기를 만들수 있는 것도 없다. 작가는 무료하거나 장난꾸러기이다. 어떤 사물이든 걸리면 끝까지 후벼파며 재미있는 놀이로 만들어 낸다. 이렇게.... "이게 뭐냐고 물었잖아?"

출사를 다녀 온 동료들의 사진을 보다가 욱하는 마음으로 써내려 간 <생각 훔치기>! 생각을 예측하는 것이 훔쳐 보기로 둔갑한 것이긴 하지만. 이것의 또 다른 이름은 관심이다. 그의 생각을 훔쳐본다는 느낌보다는 그와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소통이다. 훔쳐보기다. 예측이다. 말걸기이다. 막 던지는 거다. 상대의 입이 열리기 시작함과 동시에 같은 사진도 다양한 생각들이 있다는 것에서 상대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 힐끔 힐끔 눈치보며 바라보는 것과 방식을 달리하여 생각까지도 훔칠 수 있음을 보여주고자 했다. 참 재미난 놀이이다. 사진 말이다.

훔쳐보기의 또 다른 방식, 생각 더듬기.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Posted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백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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