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사들은 흐린날을 일컬어 빛이 없다고 그런다. 나는 반대다. 없으면 없는대로 맛이 난다. 맑은 날만 날이 아니라 흐린날도 재밌다. 잿빛의 다운된 분위기 속에서 잔잔한 여운을 찾아내는 일 또한 사진찍기의 매력이다. 답답하거든 사람을 집어 넣어 이야기를 짜내면 더욱 흥미로운 사진찍기가 된다. 뿌연 안개같은 미세먼지들, 우리의 웰빙적 삶에 적군임에 틀림없지만 이 거대한 물결을 개인이 해결할 수 없을 봐엔 담담하게 받아 들이고 스스로 마인드 컨트롤하며 살아가는 게 답일거란 생각을 해본다. 삶은 다시 오지 않는 휘발성이 있기 때문이다.

기념촬영이다. 정 가운데 나무를 향해 셔터를 누른다. 기념촬영의 정의에 걸맞게 그곳에 내가 있었다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 나는 나를 믿는다. 그 상황이 되면 그렇게 하면 된다는 믿음이 나의 일상을 편안하게 만든다. 조바심을 가질 필요는 없다. 그런 스트레스를 갖는다고 인생이 더 윤택해지는 것은 아니니깐 말이다.

청담동 명품거리를 걷는다는 건 두가지의 감정이 교차한다. 보기 좋음과 싶게 접할 수 없는 '그림의 떡'이 그것이다. 가끔 상점의 사진을 찍으려하면 직원들이 나와서 사진을 찍으시면 안된다고 정중히 이야기를 하는데 괜히 기분이 찝찝해진다. 왜 일까? 자격지심, 뭐랄 거 없이 짜증내고 싶은 감정은 어쩔 수가 없다. 언젠가 갤러리아 백화점 앞에서 일행을 기다리고 있는데, 사진을 찍고 있지도 않는데 '보안'이란 명찰을 찬 직원이 먼저 말을 걸어온다. 찍으시면 안되다고 정중히, 그런데 왠 승질... 참자. 화를 내면 내 혈압만 올라가니깐. 논리적으로 따지면 자신있지만 그걸 이야기하는 나는 피곤해지니깐. 우끼는 짜장이지. 카메라를 들고 있다고 찍는 건 아니요, 그걸 찍지 말라는 건 무슨 자만인지 모를 일이다.

이쁜 오토바이는 건너편 모델의 것같고, 녹슨 빌딩벽면에 켜져있는 전등은 뭔가 행인을 주시하는 듯하고, 인도네시아에서 온 친절한 관광객은 뒷모습으로 모델을 서주고, 건너편 벽면에 있는 모델을 소심한 마음으로 찍으면 위안을 받았던 <청담동 명풍거리를 거쳐 한강으로>촬영은 이것으로 청담동 거리는 보고 끝!

명풍거리의 해프닝을 뒤로 하고 한강으로 나온 일행은 재미난 사진찍기에 몰입하고 있었다. 밤은 저물어 흐린 날씨에 맘상했던 우리에게 화려한 불빛을 제공하고 있었다. 기념촬영을 바닦에 카메라를 내려놓고 12초의 셀프타임으로 찍었던 기억이 지금도 선명하다. 흐린 강건너 남산방향으로 셔터를 눌더대던 사진가들의 뒷모습을 흑백으로 만들면서 스스로 만족하는 나. 공사장 밑에서 흐릿하게 들어오는 빛사이로 분홍색의 파이프가 섹시하게 한컷으로 촬영마감. 카메라는 일상을 세세하게 바라볼 수 있는 관점을 제공한다. 카메라는 나에게 세상을 훔쳐보는 좋은 친구이다. 고마울 뿐이다.

흐린날, 청담동 명품거리를 거쳐 한강으로.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Posted by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백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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